합천공파 종중은 2월 5일부터 9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동 종중 발전과 종사에 항상 애써주고 계시는 회장단 및 이사를 대상으로 4박5일 일정의 부부동반 해외 여행을 실시했다. 이번 여행은 합천공파 종중이 조직된 이래 종중 차원에서 실시한 첫 해외 나들이였다. 합천공파 종중보다 훨씬 앞서 종친들끼리 해외여행을 한 문중도 있을 것이다. 조상님과 허찬(燦) 합천공파 회장님께 감사드리며 어떤 여행을 하였는지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이번 해외여행은 약 1년 전부터 논의되고 또 준비된 여행이었다. 1997년부터 매해 거르지 않고 시행해온 합천공파 종중의 뿌리교육 및 단합 여행은 벌써 20년째를 맞이했다. 종중 일이라면 여하를 불문하고 강원도를 비롯,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합천공파 종중의 성지인 연천과 서울의 종회 사무실로 올라와 함께 나무를 심고, 묘역을 정화하고, 또 각종 종사 업무에 열성을 다하고 있는 종원들이 바로 합천공파 종회 임원들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돕기위해 국내 여행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종 여행지는 태국의 방콕으로 정해졌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의 모습)

기후가 따스하고 또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은 결과였다. 물론 합천공파 종회의 많은 임원들이 이미 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이 종친간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역사와 문화 공부라는 것을 감안할 때, "방콕"과 "아유타야"는 우리 임원들이 방문하기 좋은 장소였다. 한국과 같은 겨울이지만 아침 기온은 21도, 낮 기온 또한 30도 내외까지 올라가는 비교적 더운 온도이다. 그러나 건기이기에 습도가 적어 그늘에만 있으면 덥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1년 중 태국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겨울이란다.  

이번 해외 나들이는 허찬(燦, 대종회 명예회장) 합천공파 회장을 비롯 총 16쌍의 이사들이 함께하며 종원간 친목을 도모했다. 처음 신청은 19쌍이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3쌍이 여행을 취소했다. 비록 짧은 여행 일정이었으나 합천공파 종중이 호텔, 방문할 유적지, 식당 등을 미리 조사, 선정하는 등 방문단을 중심으로 맞춤 일정을 만들어 진행하였기에 방문단 모두가 여유있는 일정으로 푸짐한 고급 음식들을 마음껏 만끽했다. 대부분 연세가 많아 상비약 등을 준비했으나 낙오자 한명 없이 모든 일정을 건강하게 소화했다. 특히 출퇴근 시간 막혀야 할 도로 사정에도 우리가 다니는 길은 항상 막히지 않고 뚤려 있었다. 현지 안내인이 매일 수 차에 걸쳐 하는 말이, 정말 신기합니다... 이 시간에 이렇게 차가 막히지 않는다는 것... 일정보다 미리 도착했으니 여유를 갖고 더 구경을 하십시오... 차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두 조상님들의 음덕이라고...

(호텔에서 나와 합천공파 종회의 전세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방콕)

방콕 중심부 시암(Siam)에 위치한 고급 호텔의 푹신하고 넓은 침대, 그리고 서양식과 태국식으로 꾸며진 호텔의 푸짐한 아침 뷔페는 오후 비행기로 인천 공항을 출발한 방문단의 피로를 깨끗하게 없애주었다. 여행이 시작된 첫째 날 방콕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물 위에 지어진 가계와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다. 현지인들은 새벽부터 물건을 사고 파나 합천공파 종원들은 복잡한 시간을 피해 그곳을 방문했다. 5,6명씩 나누어 탄 긴 배가 수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음식을 판매하는 배와 관광객들의 배가 함께 뒤엉킨 수로는 우리들로 하여금 더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곳은 바다와 그리 멀지 않은 습지 지역으로 주민들이 옛부터 수상 가옥을 짓고 사는 곳이다. 옛 모습,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수상 시장이기에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곳이라 했다.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 모습)

(과일, 간단한 간식 등을 구입하여 맛 보고 있는 합천공파 종회 종원들)

간단한 현지식에 이어 오후에는 젊은이들과 배낭 여행객들로 붐비는 카오산 거리(서울로 치면 이태원거리)를 잠시 구경했다. 젊은이들의 천국답게 카페에는 세계 도처로부터 몰려온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우리들과 젊은이들 모두 방콕을 방문하고 있는 관광객들이겠지만 우리는 젊은이들을 구경하고 젊은이들은 카오산 거리에 나타난 한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구경한다. 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 이곳에 왜 나타났을까 의아해하는 눈을 껌벅이며... 방문단의 나이와 머리 색깔이 무슨 대수냐? 젊은이들이 즐기는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태국 전통 발 마사지 장소로 이동했다. 태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하여... 모두 안락한 라텍스 쿠션에 누워 약 1시간에 걸쳐 받은 발 맛사지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몸과 마음 모두 상쾌하게 만들었다. 굳었던 어깨를 주물러 주고, 팔과 등까지 스트레칭을 시켜 주니 정신 또한 맑아지는 것 같았다.

(태국 전통 발 맛사지 장소에서 맛사지를 받기 직전 모습) 

저녁 식사는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 River city 선착장에서 크루즈에 승선하여 경치를 보며 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배에 오르니 60년대 70년대에 듣던 멋진 팝송 음악이 구수한 색스폰에 실려 나온다. 서양인 동양인 크루즈 안이 무척 붐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맛있고 푸짐한 선상 저녁을 먹은 후, 삼삼오오 배의 갑판에서 방콕을 구경했다. 선상 3층에 마련된 파티장에서는 한국 유행가 강남오빠 연주가 나오자 이에 맞춰 춤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호텔로 돌아온 후, 어떻게 그냥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한잔 더 필요했다. 호텔이 시내 중심가 이다 보니 음식점 등 먹을 곳, 볼 곳 들이 즐비했다. 우리 방문단이 정한 숙소, 지금은 화려한 고층 호텔들이 강을 따라 들어섰지만 예전에는 방콕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었다 한다. 

(저녁 크루즈 선상에서...)

(크루즈에서의 저녁 식사. 색스폰 연주가 한창이다 - 사진 가운데 위, 연주자가 조그맣게 보인다)

둘째 날, 우리 모두 또 강가로 가서 크루즈를 기다렸다. 강가에서 얼굴을 스치는 아침 공기는 신선했다. 오늘은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 배를타고 올라간다. 물론 선상에서의 맛있는 점심도 있다. 방문지는 태국 왕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방파인 여름 별장을 둘러보고, 차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아유타야 왕국 유적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아유타야는 방콕으로부터 약 75km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모두 강으로 둘러싸인 지역인데 태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아유타야 왕국의 중심지이며 역사적으로 태국의 수도로서 태국을 번성시킨 곳이다. 현재의 태국 수도인 방콕은 미얀마(버마)의 침략으로 인해 약 200년 전 아유타야로부터 옮겨온 곳이다. 아유타야 왕국에는 약 1,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왕국 전역에 있었으며 약 400년간 이어진 왕조는 33명의 왕을 배출했다. 그러나 1767년 미얀마의 침략으로 왕궁은 모두 소실되어 그 터만 남아 있고 크고 작은 사원에는 파괴된 불상과 사원들만이 남아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야이차이 몽콜 사원과 마하탓 사원을 둘러 보았다. 야이차이 몽콜 사원도 크고 웅장했지만 마하탓 사원 또한 그 규모가 대단했다. 마하탓 사원은 아유타야 왕조의 왕실 사원으로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곳이라 했는데 파괴된 사원과 불상들은 미얀마와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가히 짐작을 해 볼 수 있게 했다.   

(방파인과 아유타야 유적지로 가는 크루즈를 타기 전, 짜오프라야 강 옆 선착장에서)

(아유타야 유적지로 향하는 크루즈 안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점심도 진수 성찬이었다)

(Bang Pa-In 소재 여름 궁전, 왕, 왕비들, 왕자와 공주들의 거처가 따로 있다. 각종 정원들 또한 아름다웠다.)

(허씨 가의 며느리 들과 손녀, 왕비들의 거처에서 - Bang Pa-In 여름 궁전)

(야이차이 몽콜 사원, 아유타야)

(아유타야 왕국의 왕궁 사원인 마하탓 사원, 아유타야)

태국 정부는 이렇게 파괴된 것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여 아유타야 역사 공원으로 만들었는데 이 역사 공원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유타야에서 방콕으로 조금 일찍 출발했다. 저녁 식사와 함께 태국이 자랑하는 시암 니라밋이라는 역사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태국이 어떤 왕조들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졌으며 각 왕조마다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어떤 특색들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화려한 공연으로 약 2천여 관람석이 거의 매일 가득 찬다고 한다. 시암(Siam)은 태국의 옛 이름이며 니라믿(Niramit)은 만들다, 건설하다는 뜻을 갖고 있어 이 공연은 뜻 그대로 태국이 만들어진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화려하고 웅장한 만큼 코끼리가 무대위로 등장하고, 형형색색의 의상 그리고 춤, 강을 비유하여 무대에 설치해 놓은 물길로 작은 배들이 물건을 싣고 등장하고, 또 천장에서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는 비, 정말 웅장하게 꾸민 공연이었다. 더욱이 낮에 아유타야 유적지를 둘러보고 왔기에 아유타야 유적지 배경과 함께 왕조 이야기가 나올 때, 뭔지 모르게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으며 내용 또한 이해가 쉬웠다. 우리 일행 모두는 특별 지정석 그리고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표를 구매하였는데 교통 체증을 감안하여 출발하였지만 뻥 뚤린 길로 인해 일찍 도착하니 식사도 제일 먼저 할 수 있었다. 식사 후 입장을 하니 이곳 저곳에서 출연진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며 조그만 공연이 쇼 시작 바로 전까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어 재미를 더했다. 입장을 하고보니 서울에서 떠나기 전, 미리 예매를 해 놓아서 그런지 최고로 좋은 좌석의 정 중앙에서 모두 관람을 할 수 있어 종원들이 좋아했다. 쇼를 마친 후, 다시 공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암 니라밋 공연장 입구에서)

(시암 니라밋 공연 배우들)

셋째 날, 충분한 휴식으로 인해 에메랄드 사원과 왕궁 방문을 조금 늦게 진행했다. 호텔에서 왕궁까지 차로 약 15분, 길이 막히지 않으면 10분 거리라 했다. 왕궁이 가까워질수록 거리 양 옆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태국 왕궁 가이드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13일 서거한 푸미폰 국왕을 추모하기 위해 왕궁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 했다. 푸미폰 국왕의 장례를 1년 동안 진행하는데 전국으로부터 평일에는 약 5만 명, 주말에는 약 8만 명 정도가 국왕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왕궁 안에 마련된 빈소를 찾는다 했다. 약 70여 년 동안 왕좌에 있었던 푸미폰 국왕이 태국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가히 짐작이 갔다. 국상기간 1년 동안 술집 등 유흥점은 알아서 자제하며 영업을 한다 했다. 또한 일반 편의점에서도 자정이 넘으면 술을 팔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전했다. 술이 있는 곳을 자물쇠로 채워 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술을 계산대로 가져와도 팔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했다.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준법의식이 강한 국민이라 한다. 

(왕궁으로 가는 도로에 푸미폰 왕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한 참배객들이 줄서 앉아 있다.)

경제적으로는 대한민국보다 부유하지 못하지만 국민들의 질서 의식, 남을 배려하는 친절함은 대한민국 국민보다 한 수가 아닌 두 수 이상 위에 있었다. 내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 법을 어기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회, 못 가진 자와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자를 낮게 보는 사회...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지...  왕궁 입구에 큰 칠판이 있다면 전 세계에서 태국을 방문한 관광객 중, 오늘 제일 떠들고 질서 안지킨 아이, 중국아이... 두 번째로 떠들고 질서 안지킨 아이, 한국아이... 아마 이렇게 써 있을 것 같다. 우리 양천 허문 만큼은 그렇지 않도록 모두 노력하여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가 허문의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갔으면 한다. 

태국 왕실 사원인 에메랄드 사원 그리고 왕궁 안쪽을 둘러 보았는데, 왕궁으로 오며 보았던 푸미폰 국왕 추모객들이 왕궁 건물 안쪽으로도 줄지어 선 길이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에메랄드 사원에 모셔진 불상은 약 60cm 정도의 높이이며 옥으로 만들어진 불상인데 불상을 발견했던 스님이 에메랄드로 잘 못 알아 그렇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 한다. 이 불상은 금으로 된 옷을 태국의 기후에 맞게 여름, 우기 그리고 건기(겨울) 이렇게 일 년에 세 번 갈아입는데, 국왕이 직접 금 옷을 갈아입힌다 한다. 금이 제일 많이 들어간 옷은 건기인 겨울 옷이나 제일 화려한 옷은 여름 옷이라 한다. 태국의 여름은 덥기에 옷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것으로 걸치는데 그렇기에 화려한 보석 장식이 다른 계절 옷 보다 많다 한다. 왕궁을 둘러보고, 다시 선착장으로 걸어나와 배를 탔다. 배를 타고 수상 가옥을 다시 한번 보고, 지금은 공사중인 새벽사원, 그리고 해군사관학교 등을 보면서 다시 방콕 중심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점심은 한국식 숯불구이와 냉면이었다. 오랫 만에 맛보는 숯불구이가 입맛을 돋우었는지, 식탁마다 고기 한 접시, 두 접시, 세 접시, 모두들 배부르게 먹었다. 

(왕궁 안쪽에 위치한 에메랄드 사원 옆에서...)

짧은 일정이었으나 종원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종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전국에서 모인 합천공파 종중 대표들의 여행... 서로를 더 많이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우리의 전통을 잘 물려 줄 수 있는지...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여행 내내 명문가 후손답게 언행에 신중했다. 왕궁 입구 칠판에 한국인 중 ‘양천 허씨 제외’라 쓰여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긴 내용이었지만 읽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합천공파 종회는 합천군수를 지내신 17세 허훈(薰)을 파조로 모시고 있는 종회입니다. 합천공은 양양도호부사를 지내신 16세 허비(扉)의 네 아들 중 둘째 아들이며 후손으로는 공(公)의 손자인 허자(磁)가 좌찬성(종1품)을 지냈으며 5대 손으로 도덕군자로 추앙받는 미수 허목(穆, 우의정) 등 많은 학자와 관료들이 있습니다. 합천공의 형님은 형제 정승으로 유명한 허종(琮, 우의정)과 허침(琛, 좌의정)의 아버지인 재령군수 허손(蓀)이며 첫째 동생은 동의보감으로 유명한 양평군 허준(浚)의 징조할아버지 허지(芝, 영월군수)이고 둘째 동생은 영의정을 지낸 묵제공 허적(積)의 5대조로 전부(典簿, 종친부 정5품) 벼슬을 지낸 허형(蘅)입니다.   

양천허씨 합천공파 종회

총무  허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