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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過)해서 탈, 서양등골나물 [박대문], 2018. 12. 6.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8-12-06 (목) 10:23 ㆍ조회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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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過)해서 탈, 서양등골나물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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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등골나무 (국화과) Eupatorium rugosum Houtt

가을이 깊어 겨울 문턱에 이르렀습니다.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워하듯 마지막 남은 한두 잎 단풍도 지고 산과 들의 황량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풀은 축축 늘어져 갈색빛으로 변하며 시들고 말라갑니다. 숲에 들어서면 잎새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하늘에 구멍이 숭숭 뚫린 듯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이제는 꽃도 거의 만나보기 힘든 계절이 되었습니다.
   
온갖 꽃들이 다 지고 소설(小雪)이 지난 초겨울입니다. 이처럼 꽃이 귀한 시기에도 햇볕 드는 숲길이나 바람결 아늑한 공터에는 아직도 하얀 꽃을 소담하게 매달고 있는 들풀이 있습니다. 꽃망울 하나하나가 눈송이처럼 하얗고 풍성합니다. 하얀 꽃이 우산 모양의 산방꽃차례로 소복하게 매달려 있으니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꽃이 귀한 계절이니 더욱더 곱게 보입니다. 바로 서양등골나물입니다. 이들은 무리 지어 자라므로 마치 한여름 메밀밭의 하얀 꽃처럼 생육지 주변이 환하게 빛나 보이기까지 합니다. 순백의 자잘한 꽃송이가 아름다워 이 꽃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서양등골나물은 숲 그늘에서도 잘 자라 하얀 꽃송이가 울 밑에 선 봉숭아처럼 애잔해 보이기도 합니다. 늦가을 숲속에 길고 가느다란, 옥처럼 하얀 수술에 하얀 꽃을 매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섬섬옥예(纖纖玉蕊) 서양등골나물, 우리의 여린 감성에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시선을 끄는 들꽃입니다.
   
하지만 어찌합니까? 정부의 환경 당국이 14종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식물로서 지정, 관리하는 흑색 목록에 돼지풀, 가시박, 도깨비가지, 물참새피 등과 함께 서양등골나물도 포함해 놓았습니다. 즉 보이는 대로 뽑아 없애야 하는 제거 명령 처분을 받은 유해(有害) 귀화식물입니다. 강한 생명력으로 고유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여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귀화(歸化)식물이라 하면 본래 생육하지 않던 지역에서 자연적,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2차적으로 도래, 침입하여 야생이 되고 기존식물과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를 이루는 식물의 총칭입니다. 귀화식물에는 우리나라의 개화기 이전에 도입되어 오랜 기간 자라 온 사전(史前)귀화식물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개화기 이후에 도입된 식물을 말합니다. 그중 목초, 사료, 약용 등으로 수입 재배된 자운영, 토끼풀, 허브식물 등 인위적 귀화식물은 도래 시기가 비교적 분명하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도래하여 귀화상태가 된 자연귀화식물은 그 시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근래 들어 자연귀화식물이 빠른 속도로 번식해가면서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지만, 이들 식물에 대해서는 그 생태를 잘 알지도 못하고 현황 조사도 잘 안 되어 있습니다.
     
서양등골나물은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로서 귀화식물 중에선 드물게도 발견자와 발견된 시기, 장소가 명확한 식물입니다. 우리나라 귀화식물 생태학계의 창도자 임양재(任良宰 1926~2004) 교수와 이우철 (李愚喆 1936~) 교수에 의해 지난 1978년 서울 남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남산을 중심으로 분포가 확산하여 북한산, 청계산 등 서울 근교로, 중부지방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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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털 씨앗 부풀려 새 삶터 찾아 나서려는 서양등골나물 씨앗

뭐든 과(過)하면 탈입니다. 아무리 좋은 건강식품이라도 과(過)하면 아니 먹은 것만 못하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즉 필요한 만큼이 좋은 것이지 과하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서양등골나물도 그러합니다. 서양등골나물은 잎은 마주나며, 잎몸은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흰색이며 꽃술이 길고, 줄기와 가지 끝에서 산방꽃차례를 이룹니다. 햇볕이 좋은 길가와 계곡의 교란된 지역을 중심으로 개활지에 주로 분포합니다, 현존 식생 유형별 분포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지역에서는 잣나무숲이 가장 높았으나 남산의 소나무 숲을 제외하면 아까시나무 숲과 조경수 식재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얀 꽃이 메밀꽃밭처럼 무리 지어 피는 서양등골나물, 기존 생태계의 침해 정도가 심각할 만큼 번식력이 왕성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대로 주변 식물과 함께 어울려 살아도 괜찮을 성싶은 식물인데 지나친 번식력이 문제가 되어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 관리대상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부 세계와의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하고 다양한 현 사회에서 외래 귀화식물의 종(種) 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귀화식물의 종류 조사가 귀화식물 연구의 선구자 임양재(任良宰 1926~2004) 교수와 전의식(全義植 1929~2013) 선생에 의하여 1980년도에 처음으로 110종이라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 후 1995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0종 이상, 2011년 한국식물분류학회지에 의하면 302종, 2015년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354종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많은 귀화식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생태계를 교란할 정도로 지나치지 않다면 생태 교란종으로 지정, 관리하는 목록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서양등골나물도 번식력이 과하지 않았더라면 소박하고 새하얀 꽃으로 사랑도 받을 수 있었을 터인데 블랙 리스트(black list)에 오르게 되어 보는 대로 뽑혀 나가야 하는 얄궂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맹렬한 기세로 번져나간다면 더욱 심한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서양등골나물이 지금은 다른 식물의 뿌리를 제압하기 위한 독성물질 등 화학물질 분비로 경쟁자인 주변 식물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독차지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간에 분비한 화학물질 등 심한 뿌리 경쟁으로 자가중독이 되거나 스스로 기세가 꺾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귀화식물인 양미역취가 뿌리의 독특한 화학물
질 분비로 주변 식물을 제압하며 왕성한 번식력으로 번져나가다가 주변에 다른 식물이 없어지니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는 자가중독으로 갑자기 기세가 꺾였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급속히 증가하는 귀화식물과 왕성한 번식력으로 기존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생태 교란 식물을 보면서 중용(中庸)의 도(道)가 인간만이 아닌 식물 세계에서도 필요한 우주적 삶의 방식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균형을 유지하는 삶이란 살아 있는 모든 개체가 지켜야 할 상호존중과 공존의 길입니다. 이것이 참된 삶의 방식입니다. 본래 생육하지 않던 새로운 곳에 안착하고 살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커나가고 상호 공존의 영역을 남겨 가면서 자라야지 막무가내로 일방독주를 하면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식물 세계에서나 인간세계에서나 생명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라면 공동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함께 지켜야 할 삶의 지혜임을 서양등골나물이 말해 주는 듯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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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허세광
2018-12-10 19:12
가을이 아쉬워하는 꽃과 함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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