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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연두교서로 본 2차 북미담판 [김수종], 2019. 2. 8.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2-08 (금) 10:28 ㆍ조회 : 40

[김수종 칼럼] 트럼프의 연두교서로 본 2차 북미담판

(서울=뉴스1) | 2019-02-07 10:33 송고 | 2019-02-08 09:38 최종수정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정상회담을 이틀씩 한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설 연휴를 보내던 6일(미국시간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연초에 정부 운영 방침과 정책을 발표하는 미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연설이다. 텔레비전 등 매체가 발달된 오늘날 연두교서는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텔레비전 쇼를 좋아하고 직접 진행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없이 기분 좋은 무대였을 법하다. TV에서 보니 그는 여유롭게 발언대를 장악했다.

트럼프는 이 연설의 외교 분야 앞부분에서 북한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의 쇼맨십 스타일이 나왔다. “내가 만약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심각한 전쟁 중에 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몇몇 의원들이 쓴 웃음을 짓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지는 그의 연설은 북미회담 배경설명과 일정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의 인질은 집으로 돌아왔고, 핵실험은 중단됐고, 지난 15개월 동안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풀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나와 김정은의 관계는 좋다.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이 연설을 보며 문득 16년 전 북한을 이란 및 이라크와 묶어 ‘악의 축’이라고 매섭게 몰아붙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떠올랐다.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미국의 대통령 입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온 적이 있었던가. 트럼프는 작년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휩싸였던 미국 국민을 겨냥하는 듯했다.  

한편으로 이 연설 대목이 북한을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등 호의적 트위트를 남발했다. 그 특유의 협상술이다. 트럼프의 연두교서는 김정은에게 보고됐을 것이고, 어쩌면 김정은이 직접 영상으로 트럼프의 연설을 시청했을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작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서먹했던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했고, 국제적 위상과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의 정가 분위기와 트럼프의 정치적 상황도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하고 2차정상회담장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북한 핵 문제는 지난 25년 동안 미국 대통령에게 골치 아픈 현안이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기는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국무부와 국방부가 사태의 진전에 따라 외교 협상과 군사 조치를 적절히 배합하며 백악관의 조율 아래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북핵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해결 방식이 그래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터진 이래, 우라늄농축, 수차례의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대통령은 배후에 있고 국무부가 위기 대처 방법을 기획하여 실행하는 바텀-업(bottom-up) 접근법을 써왔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모두 그랬다.

트럼프는 완전히 달랐다. 즉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버튼을 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핵폐기 문제를 담판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어느 면에서 이 방식은 성공적이다. 불량국가 원수를 만나 외교적 위상을 높여주는 걸 꺼렸던 역대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직접 김정은과 담판하겠다고 나왔으니, 그게 바로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다. 자신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톱-다운 방식은 김정은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의 핵폐기와 미국의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포괄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아직 문제해결의 실타래는 풀지 못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원칙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놓고 반년 동안 티격태격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미국과 북한은 속셈과 셈법이 달랐기 때문에 아직 신뢰구축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연두교서를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바빴을 즈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남북한을 오가며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로 바빴다. 아마 회담일까지도 실무 협상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선거를 끝낸 트럼프의 정치적 관심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담판하여 북한 비핵화의 괄목할 성과를 끌어낸다면 선거에서 좋은 호재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마음속에는 노벨평화상과 대통령 재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시간차를 두고 아른거릴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나름 유리한 협상 기회다. 미국과 외교관계를 트고 경제발전을 해나가는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김정은의 마음이다. 백악관이 전면에 나서서 직접 챙기는 2차 트럼프-김정은 담판, 그만큼의 위험도 있음을 암시한다.

김정은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전략과 자세로 나올까.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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