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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암공파 36세 허찬국 충남대 교수의 칼럼, 2019. 3. 11.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3-14 (목) 07:26 ㆍ조회 :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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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소득 3만 달러의 가벼움

2019.03.11

천지를 덮은 미세먼지가 싫어 아무 데나 공기 맑은 나라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 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드디어 마의 3만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일단 반가운 일입니다. 북한 비핵화 의제의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희소식 춘궁기를 겪고 있는 정부는 홍보에 나섰고, 일부 언론도 맞장구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고용사정의 악화, 소득의 양극화,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들며 3만 달러 시대의 허상에 대한 논객들의 지적도 심심치 않습니다.

이 ‘3만 달러’ 소식이 감동이 없는 데에는 대선 때마다 ‘747’과 같은 황당한 공약이 남발되면서 이게 과거 시골 장터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어왔던 탓도 크다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고소득 G7 회원국들로 구성된 인구 5천만 명, 1인당 GNI가 3만 달러가 넘는 '3050클럽'에 7번째로 진입했다며 바람 잡는 기사까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이 내년부터 G7 회의라도 참석할 것처럼 오해하게 합니다. 인구 기준에서 3050클럽에서 탈락하지만 현재 G7의 일원으로 미국, 독일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2017년 인구 3천 7백만 명, 소득 4만3천 달러) 캐나다가 알면 섭섭해 할 일이지요.

경제는 한 번의 좋은 기록 달성으로 우승하는 육상 경기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는 우리나라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불가역적인 임계치가 아니라는 것이죠. 만약 환율이 치솟으면 달러표시 1인당 국민소득은 언제라도 3만 달러 밑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해에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3천 달러를 넘어섰으나 위기 발생에 따른 원화가치의 급락으로 1998년에는 전년에 비해 약 30% 넘게 줄며 8천 달러 아래로까지 추락했습니다. 2004년이 되어서야 1996년 보였던 소득 수준을 다시 회복했지요. 인구가 작으나 소득 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스페인은 1인당 GNI는 2008년 3만3천 달러였으나 이후 경제부진이 이어지며 2017년에는 2만8천 달러로 낮아졌습니다.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의 물적자본, 노동력, 기술력을 이용하여 한 해 동안 생산한 총 산출량, 또는 총 부가가치를 측정한 국내총생산(GDP)과 대동소이합니다. 안정된 나라에서 총생산, 총소득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 달러로 표시된 국민총소득이 보였던 널뛰기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달러표시 총소득이 30% 이상 감소했던 1998년 원화표시 명목 1인당 국민총소득은 약 3%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변동폭의 차이는 원화로 측정된 수치를 달러로 환산할 때 쓰이는 원화 환율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안정된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과도한 환율의 변동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구매력평가 환율(PPP환율)을 적용해서 달러로 환산된 수치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나라들 간 물가의 차이를 감안하여 산정되는 이 환율은 공식 환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PPP환율을 적용하면 물가가 낮은 나라의 달러표시 소득은 공식 환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더 높게 나옵니다. 이는 같은 달러 금액으로 물가가 낮은 나라에서는 물가가 높은 나라에 비해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산한 한국의 1인당 GNI는 이미 2010년에 3만 달러를 넘었고 2017년 3만8천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이입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평균이 4만4천 달러이니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도 못 미친다 하겠습니다.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려면 우리의 총 생산이나 소득이 더 높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늘어야 하는데 증가 속도는 OECD 평균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금 부담과 정부 지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낮으니 더 늘려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의 소득 수준이 평균을 하회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억지로 임금을 올려 소득을 키운다는 희한한 성장이론에 대한 미련 때문인 듯싶습니다. 경제 키우기를 통한 소득수준 향상이야말로 체감효과가 크고 중요한 평균 따라잡기일 텐데 말입니다. 소득 3만 달러와 같은 외화내빈(外華內貧)한 단편적 통계수치 띄우기가 아니라 소득 향상을 위한 진솔한 노력이 더 절실한 때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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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개방 경제의 통화, 금융, 거시경제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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