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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암공파 36세 허찬국 충남대 교수의 칼럼, 2019. 5. 17.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5-19 (일) 04:31 ㆍ조회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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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언제나 끝나나

2019.05.17

최근 미국과 중국, G2 간의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며 빠르게 상대방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및 적용 품목 확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수입품 중 관세부과 대상을 전체로 늘려 25%의 관세를 매기는 카드를 들고나왔습니다.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을 합치면 전 세계 GDP의 40% 정도가 됩니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해온 G2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쟁점이 복잡해서 단기간 내 원만한 합의가 어려워 보입니다.

관세율 올리기 장군·멍군에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대중 수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이 유리합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대 중국 상품(서비스 제외) 수출과 수입은 각각 1,203억과 5,395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원자재, 중간재가 필요한 미국의 기업들,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애플과 같은 기업도 많습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게도 원가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호언하듯 미국에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들 기업의 불평이 트럼프 정부에게 부담이 됩니다.

이에 더해 중국의 관세인상과 수입 제한과 같은 보복조치로 미국 농산품의 대중 수출 감소가 장기화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의 민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중국은 양국 간의 무역 역조 해소를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고 작년 말부터 실제로 미국의 농산물, 석유·가스 수입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트럼프 정부는 단기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입니다.

만약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고 싶으면 오히려 고통을 감내하며 무역 분쟁을 장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에 큰 폭의 시장 개방과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어리석은 짓이니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수의 관측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무역전쟁은 이기기 쉬워!‘라고 공언하는 협상의 귀재 트럼프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한 일입니다.

문제가 복잡한 것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요구가 중국이 보기에 통상 분야를 넘어서 내정 간섭에 가까운 법·제도·관행의 범주를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시진핑 정부가 몇 년 전 의욕적으로 선보인 ‘중국 제조 2025’ 산업 고도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달래기 위해 산업 고도화 정책의 국수주의 냄새를 빼려고 홍보의 강도와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완고합니다.

미국은 중국이 5G 통신, 로봇 등 핵심 산업을 육성하여 산업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중국에게는 포기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와 일심동체인 공산당은 무엇을 누가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을 당국이 계획하여 결정하는 경제운용 방식을 기본 노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믿는 神 칼 마르크스의 가르침에 따르면 지상의 낙원에서는 자원분배 정책을 노동자·농민을 위하는 정부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개발 계획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종종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이 무시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는 시장경제제도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개발 연대를 지나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줄고 민간 기업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화 궤적은 한국과 대비됩니다. 1980년대 등소평은 중국의 경제 개발의 발화점을 개인들의 이윤 동기에서 찾았습니다. 성과를 최우선시하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평등조차 미루어 두자는 선부론(先富論)으로 요약되지요. 파격적 발상이 주효해서 빠른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시점에 이르자 오히려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고 공산당의 승인과 계획을 최우선시하는 방식으로 회귀한 양상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의 두 측면을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이 필요한 기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으로부터 취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의 첨단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여 기술을 취득하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현지 기업과 동업하도록 하고 아울러 기술이전을 강압한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의 금융 및 재정 지원입니다. 계획경제 하에서는 보조금이 문제될 일이 없습니다. 정부가 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금을 직·간접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선수가 아니라 심판의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지원은 경쟁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인 것이지요. 중국은 ‘우리가 당연히 할 일 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을 끊어라 주문하는 형국입니다. 주요 공공 조달 시장에서의 외국 기업 배제도 비슷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기술과 지식재산의 보호를 중국의 법을 고쳐 명시하라는 요구에 대해 중국이 난색을 보인다고 합니다. 설령 법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독립성이 보장되고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서구식 사법부와 다른 제도를 보유한 중국의 사정을 감안하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패권국(hegemon) 미국과 패권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경합은 불가피한 듯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정부가 전통적 우호세력인 유럽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처한 불공정한 여건은 유럽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EU와 긴밀하게 공조하여 중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보인 행보는 무(無)개념 좌충우돌, 유아독존의 골목대장을 연상시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EU, 캐나다, 멕시코 등 우방국들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은 G7 국가 중 관세가 제일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유럽의 주요국들은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이 자국의 이익과도 관련이 큼에도 불구하고 공조하자는 논의가 없으며, 오히려 중국에 대해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어제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한 중국의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쓰지 말라는 미국의 주문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제일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분쟁이 빨리 끝나는 것입니다. 길어질수록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입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압박하면서 중동지역의 소식이 심상치 않습니다. 유사시 원유가 급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중뿐만 아니라 미국·이란 분쟁까지 주시해야 될 상황입니다. 덩치 큰 악재들이 포진한 나라 밖을 보면 향후 우리의 경제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데 현 정부는 자신들만 쓰는 망원경, 또는 만화경(kaleidoscope)이 있는지 별 걱정이 없어 보이니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외부 사정이 악화되면 나라 안 사정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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