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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 내뻗는 그리움의 꽃대궁, 한여름의 능소화 [박대문], 2019. 8. 8.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8-08 (목) 09:06 ㆍ조회 :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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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내뻗는 그리움의 꽃대궁, 한여름의 능소화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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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 (능소화과) Campsis grandiflora

장마가 시작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큼지막한 꽃을 줄줄이 피워내는 꽃, 능소화(凌霄花)입니다. 도심의 대문간, 시골의 골목길 담장, 정원과 마을 주변의 나무 위에서 빈 허공을 향해 거침없이 야리야리한 꽃대궁을 내 뻗치며 화사하고 농염한 꽃망울로 눈길을 사로잡는 꽃입니다. 빈 하늘을 헤집으며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 모습이 애타는 기다림인 듯도 싶고, 화사한 반김 같기도 합니다. 성숙한 여인의 발그레한 볼처럼 곱디고운 색감을 지닌 꽃은 화려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나 이리저리 바람에 휘둘리다가 미처 시들지도 못한 채 통째로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한 맺힌 설움덩이로 보이기도 합니다.

능소화에 얽힌 전설이 마냥 슬픕니다. 옛날 소화(霄花)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습니다. 임금님의 하룻밤 은총을 입고 나서 ‘행여나 다시 오실까?’ 하고 담 너머 발기척을 마냥 기다리다 지쳐 시름시름 앓다가 어느 여름날 세상을 떠났고 가엾이 여긴 시녀들이 임금님 담장 밖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담장 밑에 묻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자라난 이름 모를 꽃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 의지할 곳 없는 빈 하늘에 꽃대궁을 뻗치며 화사한 꽃을 피웠는데 이를 소화의 넋이라고 여겨 능소화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말도 그리움, 명예, 자존심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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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 내뻗는 그리움의 꽃대궁, 한여름의 능소화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는 능소화(凌霄花)는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성 덩굴식물로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이나 나무에 붙어서 올라갑니다. 줄기 끝에서는 꽃대가 허공에 손을 뻗치듯 자라나 원추꽃차례로 꽃송이가 달립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種)으로는 예전부터 심어 왔던 능소화와 최근에 많이 심고 있는 미국능소화가 있습니다. 능소화는 원추꽃차례이며 잎 거치가 굵고 뚜렷하며 꽃은 크고 화려한 연분홍빛 꽃을 피웁니다, 미국능소화는 산형꽃차례이며 잎 거치가 능소화보다 더 부드럽고 잎끝이 길며 꽃부리의 대롱도 길고 꽃이 훨씬 작습니다.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중간형인 나팔능소화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능소화(凌霄花)의 한자어는 소화의 무덤에서 자라났다는 전설과 달리 무덤이나 언덕을 뜻하는 陵(언덕 능)이 아니라 凌(능가할 능)이며 하늘을 뜻하는 霄(하늘소)입니다. 훈독하면 ‘무덤에서 피어난 소화의 꽃’이 아니라 ‘하늘을 능가하는 꽃’, 즉 허공에 뻗어 나가는 꽃줄기 모양이 하늘을 능가하듯 기세 좋게 뻗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능소화는 봄꽃들이 다 지고 장마가 시작되는 한여름에 시작하여 초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어린 시절 옛 어른들께서 능소화가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여 장마꽃이라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다투어 피어나던 봄꽃들이 자취를 감추는데 능소화만 화사하고 큼지막한 꽃을 피워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꽃입니다. 하지만 꽃은 화려한데 열매는 열리지 않는 허망한 꽃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했습니다. 영광도 설움도 모두가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과 같습니다. 한때의 영광에 우쭐대는 것도, 한때의 서글픔에 좌절하는 것도 허망스러운 일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리움인가 봅니다. 그리움 담고 아등바등 우듬지에 오를 때나 허허로운 허공에 올라 화사한 설움에 질 때도 남는 것은 그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꽃 울음으로 피는 꽃도, 분홍빛 가슴 안고 지는 꽃도 다를 바 하나 없는 능소화를 보며 지난날도, 살아갈 날도 진한 그리움 안고 사는 우리네 삶을 생각해봅니다.

능소화(凌霄花)

아등아등 담이건 나무건
헤집고 기어올랐다.

담벼랑 끝에 오르면,
우듬지에 오르면,
보일 듯한, 만날 듯한
임 모습 그리며 쉴 새 없이 기어올랐다.
선홍빛 꽃 살의 농염한 꽃망울로
그 앞에 서고 싶었다.

올라보니 허공이다.
푸른 하늘 허허로이 가없다.
그리던 모습은 허공에 사라지고
진한 그리움만 설움으로 남는구나.
꽃 울음 가득 찬 분홍 가슴은
실바람에도 마냥 흐느낀다.

화사한 꽃송이 설움덩이 되었나?
바래고 시들 새도 없이 통째로 떨어지네.
피어난 듯 뚝 뚝 떨어지는
능소화 통꽃 송이송이.

피어나는 꽃, 떨어지는 꽃
다를 바 하나 없네.
꽃 울음으로 피어나는 능소화!
분홍빛 가슴 안고 떨어지는 능소화!

( 2019. 8월 4일 서울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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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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