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집 부록 제19권
제문〔祭文〕 이조 참의 허엽(許曄)
아, 영령은 / 惟靈 총명하고 영민함이 / 聰明英敏 보통과 달리 뛰어났네 / 絶類離倫 한 번에 천 마디를 외우고 / 一記千言 - 원문 모두 빠짐 - / 缺缺缺缺 백공 사위가 / 白公士偉 귀신이라 불렀네 / 稱以鬼神 위로는 요ㆍ순 임금 / 上自堯舜 삼대의 책으로부터 / 三代之書 공자ㆍ맹자ㆍ정자ㆍ주자 / 孔孟程朱 성현의 서적까지 / 聖賢之籍 모두 읽고 외워서 / 靡不讀誦 환하게 꿰뚫어 보았네 / 融會貫通 물 흐르듯 의혹을 풀어주고 / 解疑如流 메아리처럼 물음에 답하였네 / 答問如響 진실한 마음으로 충고하고 / 誠心忠告 말투는 온화하고 선하였네 / 辭氣藹然 일찍이 조정에 발탁되어 / 早擢龍墀 경연에 들어가 시강하였네 / 入侍經幄 나아가 대답함이 절실하니 / 進對剴切 듣는 사람이 기뻐하였네 / 聞者歡欣 어머니 봉양코자 외직을 빌어 / 丏邑養親 무장 현감으로 나갔었지 / 出宰海縣 인종 임금이 즉위하여 / 仁廟卽祚 명유들 대거 불러들였네 / 大召名儒 공도 옥당으로 돌아왔다가 / 公還玉堂 다시 사간원으로 갔네 / 旋作諫院 불행하게 변란을 당하여 / 不幸遭變 큰소리로 간신배 꺾었네 / 大言折姦 거친 땅으로 귀양을 가도 / 至於投荒 끝내 후회의 낯빛 없었네 / 終無悔色 귀양살이 스무 해만에 / 絶塞廿載 가까운 은진으로 옮겼네 / 內從恩津 주상께서 대통을 이으니 / 主上紹承 곧 소명 받고 입대하였네 / 卽召入對 은총은 날로 두터워져서 / 眷注日重 오래도록 옥당에 있었네 / 長在玉堂 옛일 끌어와 오늘을 밝혀 / 引古援今 지극 정성으로 계도하였네 / 至誠啓沃 특별히 관직에 임명되어 / 特除承拜 해마다 은총이 없지 않았네 / 無歲不恩 《주자대전》을 / 朱子大全 명받아 교정을 끝냈네 / 受命校畢 마침내 노쇠한 병을 아뢰고 / 遂陳衰疾 고향으로 물러가길 빌었네 / 乞退鄕園 특별히 어의를 하사하여 / 特賜御衣 겨우내 병을 치료하고 / 養疾冬月 봄이나 여름을 기약하여 / 期以春夏 올라와 지언을 아뢰라 하네 / 來陳至言 임금 은총은 하늘과 같아 / 聖眷如天 이전의 직책으로 부르고 / 召以前職 이어 높은 품계를 내리며 / 繼以寵秩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셨네 / 申以温言 만일 병상에 눕지 않았다면 / 苟非臥床 어느 겨를에 수레 기다리랴 / 何暇俟駕 오월 갑오일에 / 五月甲午 비로소 조정에 나아갔네 / 始趨彤墀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 / 舍館未幾 갑자기 발병했다 들었는데 / 俄聞屬疾 열흘도 채 못 되어 / 未浹十日 갑자기 이 지경에 이르렀네 / 遽至於斯 우리의 도가 장차 행해지고 / 吾道將行 임금 교화도 이뤄져 가건만 / 聖化將徹 군자가 이처럼 죽다니 / 君子不淑 천명인 걸 어찌하겠는가 / 天命如何 유림은 스승을 잃고 / 儒林失師 선비들은 덕이 외롭네 / 士類孤德 임금도 놀라 애통하고 / 宸懷驚慟 백성도 함께 슬퍼하네 / 輿情共悲 아아, 슬프도다 / 嗚呼哀哉 공은 내 마음을 알고 / 公知我心 나는 공의 뜻을 알아 / 我知公志 뜻이 같고 도가 합치되어 / 志同道合 훈과 지를 부는 사이였네 / 如壎如箎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 其在謫中 편지를 계속 주고받았네 / 書信相續 공이 충정을 배웠으니 / 公學忠定 여든까지 살리라 여겼건만 / 謂可八旬 누가 알았으랴 하루아침에 / 誰料一朝 유명을 달리할 줄을 / 幽明奄隔 통곡할 뿐이라네 / 慟哭而已 다시 무엇을 하겠나 / 夫復何爲 이젠 먼 길 떠나야 할 때 / 卽遠有期 관을 실은 수레 떠나려 하네 / 旅櫬將發 어린 아들과 늙은 종들 / 弱子殘僕 더운 날씨에 그 먼 길을 / 遠路炎天 어찌 편안히 걸어서 / 何以安行 고향 마을에 이를런지 / 至于桑梓 새집이 마련되지 못했다면 / 新居未立 또 어디에 의지하여 쉴까 / 亦何賴安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 言念至此 애통함 어찌 끝이 있으랴 / 其慟何極 그저 간소한 제물을 차리고 / 聊設薄具 감히 서러운 정을 표하니 / 敢陳哀情 영혼이여 계시거든 / 不亡者存 이 정성을 굽어보소서 / 監此誠意 출처: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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