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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곡서원기(盤谷書院記)-교산 허균(蛟山 許筠)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8-09-07 (금) 10:01 ㆍ조회 : 1438
                                                                                                           
 
반곡서원기(盤谷書院記) -교산 허균| 허균 문집 성소부부고
樂民(장달수) | 조회 2 |추천 0 | 2018.09.02. 20:11

반곡서원기(盤谷書院記) -교산 허균

 


사촌(沙村)에서 서쪽으로 10리를 가면 두 산이 합하는데 흐르는 내가 그 가운데를 돌아나가고, 그 위쪽에 깊은 계곡이 있는데 울창하고 심원하며 맑은 여울과 고운 바위가 아래 위에서 서로 비춘다. 계곡에 들어서면 한 마장도 못 가서 비탈에 바위가 있다. 내의 동쪽에서 물이 들이쳐 폭포를 이루는데 흩날리는 물거품이 자욱하고 그 소리는 은은하여 우레 같으며, 단풍나무ㆍ삼나무ㆍ소나무ㆍ상수리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해를 가려 그 빽빽하고 깊숙하며 맑고 상쾌한 것이 은자(隱者)가 노닐며 지내기에 합당하였다.

나의 장인 직장공(直長公)은 거기에 집을 짓고 사셨는데, 이름을 반곡서원(盤谷書院)이라 했다. 공은 우뚝하여 남다른 기상을 지녔는데, 학문에 힘써 문장에 능했으나 누차 과거에 실패하였으므로, 항상 세상 밖에 노닐 뜻이 있었다. 그래서 상자평(尙子平)을 본받고 싶어했지만, 노부모를 모시고 있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였다. 급기야 부모를 여의자 마침내 관직을 버리고 오악(五嶽)에서 노닐며, 선기(禪機)를 깊이 깨치고 본성의 근원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1년에 반 이상을 금강산에서 지냈으며, 비록 집에 있어도 시승(詩僧) 한두 명으로써 뒤따르게 하고 때때로 거리낌 없는 행동을 하며 세상을 완롱(玩弄)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들어대며 웃음거리로 여겼으나, 역시 돌아보지 않고 마음속으로 홀로 기뻐하며 자부하였다. 만년에 이 서원을 짓고 도서 1천 권을 진열한 뒤 그 안에서 노닐면서 시를 짓고 스스로 즐거워하였다. 연세 80에 병 없이 돌아가니 어떤 이는 신선이 되어 떠났다고도 했다.

공의 맏아드님이 뒤이어 거기서 사는데, 하루는 나를 이끌고 놀이를 갔었다. 시내를 끼고 복숭아나무 1백여 그루가 있어 꽃은 반쯤 떨어졌으며, 비단 같은 물결이 도도하고, 그윽한 꽃과 야생초가 우거져 사랑스러웠다. 새들은 숲 사이를 오르내리며 갖가지로 울어대는데, 흡사 노니는 사람을 희롱하는 듯했다. 소나무 그늘은 땅에 퍼지고 이끼는 담요방석이 되었는데, 형은 나를 위하여 술과 안주를 차리고 시녀로 하여금 노래를 불러 흥을 돋우게 했다. 조금 술기운이 오르자 돌을 딛고 발을 씻으며 양지쪽에서 머리를 말리고 천지를 굽어 내려보니 한없이 넓고넓어 허공에 기댄 생각이 들었으니 공상(空想)이 몹시 유쾌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나는 형에게,

 

“하느님이 무심하여, 지금 한창 전쟁을 일삼으니, 서울의 귀가(貴家) 세족(勢族)들도 선대의 업을 잃고 유리 파산되어 허둥지둥 그 거처를 못 정한 이가 모두인데 우리 강릉은 전쟁의 화를 입었어도 심하지 않아 읍과 이(里)의 마을들에는 집 하나 불타서 훼손된 것이 없으며, 형님은 선친이 남긴 업을 삼가 지켜 그 도서와 기물이 하나도 썩거나 상실된 것이 없고, 또한 유유히 누워 쉬면서 즐거이 평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비록 조상이 덕을 쌓아 하늘이 은밀히 도와주신 바이기도 하지만, 부친의 업을 폐기하지 않고 이어받아 훌륭한 자손이 된 것은 우리 형님께서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게 잘한 까닭이니 어찌 위대하지 않겠소.”

했다. 형은 기뻐하며,

 

“그렇겠네. 나를 위해 이 말을 기록하여 벽에 써 두면 좋겠네.”

했다. 나는 마침내 붓을 들어 이 일을 쓴다.

 

 

盤谷書院記

沙村之西十里。兩山合而川流滙其中。上有幽谷鬱然而窈深。淸湍錦石。映帶於上下。入谷不一里。有厓石當川之東。水激而成瀑。飛沫空濛。聲殷殷如雷。楓杉松櫪。參天翳日。其森䆳淸爽。可合逸人之棲遲也。余外舅直長公舍居之。名曰盤谷書院。公倜倘有奇氣。力學富有詞章。屢屈於南省。常有物外志。欲效向子平。而以親老未果。及失怙恃。乃棄官爲五嶽之游。深悟禪機。透見性源。一年過半住金剛山。而雖在家亦以韻釋一二自隨。時爲無町畦之行以玩世。世之人不知向譁笑之。亦不恤心。獨喜自負也。晩年構此院。陳圖書千卷。槃博其中。作詩以自娛。年八十。無疾而終。人或以爲化去云。公之冢嗣君嗣居之。一日。拉余以游。則夾澗桃樹百餘株花半落。錦浪滔滔。而幽芳野卉。蔥蒨可愛。好鳥下上於林間。嚶鳴百般。似弄游人。松陰布地。承以苔毯。兄爲設醴肴。令侍妾謳以侑之。少醺。蹋石而濯足。晞髮陽崖。俯仰天地。浩浩有憑虛之思。甚婾快也。酒半。余語兄曰。皇天不弔。時方事干戈。京國貴家。失其先業。流徙破產。棲棲莫定厥居者皆是。而吾江陵。經禍不酷。邑里閭舍。無一燹毀。吾兄恪守先人遺業。其圖籍器用。無一朽失者。且優游偃息。樂以終年。是雖祖先積累。天所陰佑。而吾兄之不替堂構。爲良子孫者。其出恒人萬萬也。豈不韙耶。兄喜曰。然。可爲我紀此語。識之壁也。余遂援筆載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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