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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울림 속에 돋보이는 야생화, 섬갯쑥부쟁이 [박대문], 2019. 6. 13.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6-13 (목) 10:47 ㆍ조회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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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속에 돋보이는 야생화, 섬갯쑥부쟁이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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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갯쑥부쟁이 (국화과) Aster arenarius (Kitam.) Nemoto

싱그러운 날씨에 꽃들이 다투어 피는 오월 중순에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된다는 주간 일기예보이긴 했지만, 봄비가 내리면 얼마나 내리랴 싶어 예정대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봄비라서 가벼이 생각한 면도 있지만, 제주도를 가려면 몇 달 전부터 비행기 표를 예매해야만 하는 사정 때문에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도착한 첫날은 날씨가 흐리긴 했어도 야생화 탐사 활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밤부터 내린 비가 연속 3일 동안을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오지게도 내렸습니다. 계속되는 비 때문에 야외 탐사 활동에는 많은 불편이 따랐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날을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비옷을 입고 그 위에 우산을 쓰고 탐사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옷이 비에 젖는 것보다 더욱 불편한 일은 카메라가 비에 젖고 렌즈에 안개가 서려 수건으로 연신 카메라와 렌즈를 닦아 내야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라서 비를 맞은 초목에는 생기가 펄펄 넘쳐났습니다. 식물뿐만 아니라 비에 젖은 해변의 바위도 촉촉이 젖어 생기가 되살아나는 듯했고 해무(海霧)가 들락거리는 해안은 신비에 잠긴 듯했습니다.

안개 그득한 갯바위 틈에 피어난 꽃 더미, 섬갯쑥부쟁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안개와 빗속에 촉촉이 젖은 섬갯쑥부쟁이 꽃에는 송알송알 빗방울이 엉기어 싱싱하고 풋풋함이 묻어나는 생동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이 세차게 이어지는 시커먼 갯바위 틈새에 뿌리내리고서도 해맑은 꽃을 피운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 보였습니다. 연보랏빛 꽃송이 너머로 갯안개에 싸인 해변 풍경이 신비의 베일에 싸인 듯 가물거립니다. 섬갯쑥부쟁이 옆에는 또 다른 풀꽃이 비에 젖은 채 파란 이파리를 싱싱하게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새까만 갯바위와 주변의 푸른 풀 더미와 어울려 아련한 갯안개를 배경으로 섬갯쑥부쟁이 꽃이 도드라지게 드러납니다. 서로의 어울림이 더욱더 신비감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이 산들꽃 세상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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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벌노랑이와 어울려 핀 섬갯쑥부쟁이 꽃

비가 촉촉이 내리고 안개가 짙은 바닷가 벌판에 서양벌노랑이 꽃이 만개하고 그 가운데에 섬갯쑥부쟁이 꽃이 우뚝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꽃 모습이 청초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풀 저 꽃이 뒤엉킨 서로의 어울림이 난삽한 듯하면서도 곱습니다.

섬갯쑥부쟁이는 제주도를 비롯한 섬 지역 해안에서 주로 자라며 줄기가 서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스듬하게 서거나 땅바닥에 낮게 깔려 있습니다. 잎은 쑥부쟁이나 갯쑥부쟁이와 달리 주걱 모양이며 잎끝은 둥글며 윤기가 돌고 잎몸은 보다 두껍고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가을꽃, 쑥부쟁이 집안의 식별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개쑥부쟁이와 갯쑥부쟁이를 대부분 사람이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육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개쑥부쟁이라 불리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갯쑥부쟁이입니다. 갯쑥부쟁이는 이름 앞에 ‘갯’자가 붙었지만, 바닷가뿐만 아니라 산과 들에 매우 흔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중부지방에서 흔히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을꽃, 쑥부쟁이류는 대부분 갯쑥부쟁이입니다. 개쑥부쟁이는 북방계 식물로 남한에서는 중부지방의 비교적 고지대인 높은 산에 자랍니다.

섬갯쑥부쟁이와 갯쑥부쟁이는 설상화 관모(冠毛)가 통상화 관모보다 훨씬 짧지만, 개쑥부쟁이는 관모가 둘 다 거의 비슷합니다. 개쑥부쟁이는 잎도 좁고 긴 타원형이며 줄기와 잎에 잔털이 많고 줄기가 곧게 섭니다. 반면에 쑥부쟁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긴 타원형의 잎에 결각(缺刻)이 있고 총포(總苞)의 포(苞) 조각이 가지런하며 끝이 둥글고 관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짧아 다른 종과 비교적 쉽게 구분이 됩니다.

덩굴민백미를 찾아 제주시 구좌읍의 종달리 해변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섬갯쑥부쟁이 꽃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월의 빗속에서 만난 철 이른 섬갯쑥부쟁이 꽃, 짙은 갯안개와 시커먼 갯바위, 주변의 무성한 풀, 특히 서양벌노랑이 꽃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곱게 보인 것은 전혀 다른 상대 간의 어울림이 이루어낸 조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가 다를지라도 함께 조화를 이루며 어울리는 야생초의 세상을 보며 요즈음 회자(膾炙)하는 ‘식물국회’라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어따 대고 ‘국회’를 ‘식물’에 비교하는가? 서로를 선과 악이라는 단일 잣대에 올려놓고 다시는 함께할 수 없는 적과 동지로 양분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법이 식물 세상에는 없습니다. 또한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상대방의 말이 조금 거슬린다 치면 거두절미하고 한두 개의 단어만을 내세워 막말이라고 확대 재포장함으로써 지지자의 공분을 유도하는 여의도 세상을 어찌 식물 세상에 빗댈 수 있는가? 작금의 국회를 식물에 비유하는 것은 인간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에 걸쳐 공생의 지혜를 터득하며 여태껏 함께 어울려 잘 살아온 식물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 5. 19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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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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