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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속담 "식개 안 헌건 놈이 모르곡 소분 안 헌건 놈이 안다"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8-07-08 (일) 21:54 ㆍ조회 : 1506

 제주속담(3) "식개 안 헌건 놈이 모르곡 소분 안 헌건 놈이 안다"

   (제사 지내지 않은 건 남이 모르지만 벌초를 않는 것은 남이 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안지내는 것은 남이 모른다. 그러나 벌초를 하지 않은 것은 남의 눈에 띄어 그 집안을 흉보게 되니 벌초는 으레 해야 할 큰 과업이라는 것이다.

"추석 전에 벌초안하면 조상이 너울 써서 본다"는 내용의 제주속담도 있는데 이 또한 벌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임은 물론이다.

요즘은 벌초란 말이 많이 쓰이지만 이전에는 소분(掃墳)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정확한 연혁은 알 수 없으나 이 고장에선 예로부터 음력 8월1일부터 추석을 앞둔 시기에 '범 가문적인' 벌초작업이 이뤄졌다.

요즘엔 음력 8월1일 이전에 서둘러 벌초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만 되면 한 낮에는 집안과 거리에 사람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주민들이 조상 산에 오른다.

서울 부산 광주 등지에서 살고 있는 후손은 물론 몇 십년 넘게 출향했던 재일교포 친척들까지 많은 경비를 들여가며 내려와 벌초행렬에 가담한다. 뿐만 아니다. 초등학교 코흘리개 꼬마까지도 이 벌초 행사에 동원된다. 오죽하면 전국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벌초방학(보통 이틀간) 마저 생겨 났을까? 꼬마 녀석이 힘든 벌초작업에 무슨 큰 도움이 되리요 마는... "이 산은 증조할아버지 묘소인데, 증조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고, 자식들도 많이 낳아 후손을 번창시켰다"며 어른들은 숭조 정신을 꼬마들에게 함양시킨다. 후손들에게 선조의 뿌리를 가르쳐주고 조상의 은덕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인 셈이다.

조상의 묘소를 찾아 오랫동안 자란 주변의 잡초를 베어내고 말끔히 청소하는 일은 미풍양속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벌초작업의 유일한 도구는 낫과 호미 정도였다.

어른 키만큼 자란 가시덤불과 잡초를 낫으로 베어내느라 온 몸은 그야말로 땀으로 뒤범벅이다. 1970년대 중반 들면서 이 땅에도 일본에서 벌초기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줄어 들었다.

벌초작업에도 기계화 현대화 바람이 분 것이다. 하지만 낫으로 일일이 힘겹게 혼을 담고 작업하던 때와는 달리 기계화가 몰고 온 벌초 정성은 아무래도 예전보다 덜 한 것 같다.

    

                                                                       출처 - 임창준 '제주속담 에세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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