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짐' 안고 장도 오르는 허재 대표팀 감독

손대범 입력 2018.07.11. 17:32      
[점프볼=손대범 기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남자농구국가대표팀이 장도에 오른다.

12일 소집된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14일, 대만에서 개막하는 제40회 윌리엄 존스컵에 출전한다. 22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는 8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갖는 전지훈련 성격을 갖고 있다. 일본, 이란, 대만 등을 비롯해 리투아니아, 캐나다 연합 등도 출전한다.

사실상의 담금질에 돌입하는 셈. 대표팀도 통일농구대회에 다녀오기가 무섭게 지난 10일, 12인 명단을 새로 꾸렸다.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정효근(전자랜드)과 최진수(오리온), 그리고 홍콩과의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한 이대성(현대모비스)이 빠지고 허일영(오리온), 김선형(SK), 전준범(상무)이 합류했다. 애초 협회는 김종규(LG)의 차출도 발표했으나, 부상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탓인지 제외됐고 김준일(상무)이 다시 가세했다.

그러나 새로운 명단을 본 이들은 “허재 감독이 스스로 큰 짐을 지고 간다”는 시선을 갖고 있다.

고집이냐, 뚝심이냐.
기대반, 우려반.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큰 짐’이란 다름 아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 가드들이다(장남 허웅은 186cm로 포워드로 분류되어 있지만, KBL 홈페이지를 비롯한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도 가드로 등록되어 있다).

대표팀에 나란히 두 아들이 선발되면서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세습이 아닌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허웅의 경우, 최근 중국전(16득점)을 비롯해 지난 몇 번의 경기에서 자신의 명확한 장점을 보여주었다. 기술에 있어서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도 입증했다.

다만 허훈의 입지가 모호하다.

명단이 발표된 후 가장 많이 눈길이 많이 간 부분은 역시 가드 포지션이다. 애초 군사훈련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선수들도 이제는 합류가 가능해졌지만, 전준범만 부름을 받았을 뿐 리그 MVP였던 두경민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KBL 정규경기가 54경기 체제로 개편된 2001-2002시즌 이래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가 국가대표에 승선하지 못한 건 이번이 3번째. 2010-2011시즌 박상오는 예비명단에 올렸으나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고, 2015-2016시즌 양동근은 FIBA 아시아챌린지 대표팀 예비명단에 올랐으나 사실상 대표팀 하차를 표명한 상태였다. MVP가 무조건 대표팀에 선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리그와 단기전인 국제대회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이는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뽑힌 선수는 뽑힌 선수대로, 나간 선수는 나간 선수대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장의 이유는 이렇다. 비록 두경민이 2경기뿐이었지만, 국가대표에서 경기를 망칠 정도로 엉망은 아니었다는 점, 반대로 허훈이 대표팀에 반드시 승선해야 한다는 명분을 보여준 사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난 중국 원정경기에서 대표팀이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허훈은 겨우 5분 7초만을 뛰었다. 홍콩 전은 경기내용이 엉망이었다. 홍콩은 ‘디비전 I 리그’가 있는 나라이지만, KBL이나 여타 리그와 비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인데도 고전했다. 결과가 좋다고 그 안에 모든 과정이 좋다고 포장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또, 다른 KBL 가드들 중에도 라틀리프를 잘 살리고, 배짱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검증할 기회가 적었다.

그렇지만, 현역 프로농구 감독을 비롯한 농구인들의 의견 중에는 이런 목소리도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종료 후 4개월여가 지난 상황에서 두경민의 게임 감각이나 몸 상태가 당장 대표팀 실전에 투입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반면 전준범은 대표팀 훈련 도중 훈련소 입소), 다른 한편으로는 팀 케미스트리 측면에서 두경민이 보인 사례가 우려된다는 점, 또 다른 측면에서는 허재 감독이 원했던 포인트가드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썰’만 내놓아 봤자 결국 경기력향상위원회와 허재 감독이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는다면 분위기만 더 어수선해질 것이며, 이는 선수단 내부, 더 나아가 당사자들에게도 썩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 트레이드 소문 하나만 있어도 선수들 사이에서 금방 소문이 퍼지고, 동요하고 어수선해지는 게 이 좁은 농구판 분위기이니 말이다.

하나의 예로 미국국가대표팀은 올림픽 대표팀을 선발할 당시 이례적으로 ‘셀렉션 쇼’라는 생방송을 통해 감독과 주장,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전해 하나의 컨텐츠화(化)시키기도 했다.

농구 신뢰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협회도 고심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다른 나라까지 갈 것 없이, 국내 다른 구기 종목의 경우는 국가대표팀 선발을 놓고 대중 및 미디어와 소통할 기회도 마련되었다. 그렇다고 선수선발에 대한 모든 아쉬움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 나서는 국가대표팀이라면 이 정도 소통 절차는 필요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허재 감독은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본인 의견을 존중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는 말이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본인 색깔에 맞게 전력을 구성해야 후회도 없을 것이다.

또한 허재 감독과 현재 대표선수 모두가 금메달을 따길 바라지 않는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다만 농구계가 전체적으로 쇠락하고 있는 가운데, 리카르도 라틀리프 귀화와 통일농구, 그리고 (이미 4년 전 일이긴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자격 등으로 모처럼만에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그 책임 역시 명확해야 할 것이다(이는 허재 감독뿐 아니라 이를 결정한 경기력 향상위원회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다).

고집인가. 뚝심인가.

결국, 이는 결과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며, 2019년 2월 28일에 만료될 전임감독으로서의 계약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농구계가 허재 감독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짊어진 짐’이라 부르는 이유다.

#사진=점프볼 DB(한필상 기자)

출처: 점프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