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월화봉여행사 원문보기▶   글쓴이 : 월화봉

  형제섬이 보이는 해안도로 

  올레길이 열리기 전, 제주를 걷고 싶을 때 내가 즐겨 찾던 곳은 사계리 해안에서 형제섬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최남단 산인 송악산에 올라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를 조망하고 모슬포 알뜨르 들판으로 내려오는 해안길이었다.  제주올레 제10코스의 절반인 이 길은 제주의 바다와 산과 들을 모두 맛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일찍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100선' 등에 빠지지 않고  선정됐고  올레꾼들도 첫손을 꼽는 제주올레의 하이라이트다.

  사계리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주변에 큰 식당이 많지는 않다.  대신 제주 토박이들이 귀하게 즐겨 찾는 곳이 있어 군대 음식 같은 관광지 음식과는 다른 제주의 참맛을 볼 수 있다.  답삿길에 대개는 여기서 식사를 했다.  학생들을 데려오면 아침식사로 형제식당에서 성게국을, 좀 여유있는 분들과 오게 되면 저녁식사로 진미식당에서 다금바리를 먹곤 했다.  그래야 제주에 온 것 같았다.

  사계리 앞바다 저만치에는 형제섬이 둥실 떠 있고 오른쪽으로는 해안길이 바짝 붙어 있다. 이 해안길은 송악산까지 가벼운 호를 그리며 이어진다.  아무런 상념 없이 이 길을 걷다보면 발걸음 옮길 때마다 형제섬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계리에서 볼 때는 두 봉우리가 붙어 있는  듯했는데, 크고 작은 두 봉우리가 점점 벌어지더니 마침내는 완전히 둘로 갈라져나간다.  '아 그래서 형제섬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발길을 옮기다 뒤돌아보면  두 봉우리는 다시 붙어 하나가 된다.  형제란 이렇게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면서 둘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사계리 해안길은 제주의 여느 해변과 마찬가지로 파도소리가 쉼없이 이어진다.  똑같은 바닷소리지만 이 해안길 파도소리는 참으로 청량하고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이 해안에 있는 펜션들의 간판을 보면 저마다 '파도소리' '바닷소리'가 환상적이라는 것을 강조한 이름들이다.  나도 그 이름에 이끌려 한 번 묵은  적이 있는데 밤새 들려오는 파도소리, 바닷소리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그리고 창밖이 밝아지면서 저절로 눈이 떠지니 멀리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머리를 드러내며 서서히 떠오른 태양이 마침내 수평선까지 올라왔을 때는 그 붉은 기운을 수평선에 드리우면서 오메가( )자를 그려  보이고는 도움닫기하듯 치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아, 정말로 장엄한 일출이었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의 일출은 유난히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힘주어 자랑한다.

  [출처: 유홍준 지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2012년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