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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과 맞춤형 서비스로 살아가는 겨우살이 [박대문], 2019. 1. 24.
ㆍ작성자 : 허장호 ㆍ작성일 : 2019-01-24 (목) 09:08 ㆍ조회 :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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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맞춤형 서비스로 살아가는 겨우살이

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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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살이 (겨우살이과) Viscum album var. coloratum

겨울 숲은 황량합니다. 잎을 다 떨군 갈잎나무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숭숭 뚫린 차가운 겨울 하늘이 드러납니다. 겨울 숲, 대관령 능경봉 눈길을 걷다가 만난 겨우살이입니다. 낙엽 진 갈잎나무 가지에 투명한 구슬 모양의 열매가 송알송알 달려 있었습니다. 주로 낙엽수에 붙어사는 겨우살이인데 마치 까치집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얼게 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겨우살이의 황록색 열매입니다. 이파리가 무성한 여름에는 보이지도 않더니만 휑하게 빈 숲의 마른 가지 나무 사이로 드러난 초록빛 무더기가 겨울 숲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겨우살이는 사철 푸른 상록수입니다. 옛사람들은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고 해서 불로장생의 효험을 지닌 식물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푸르러 동청(冬靑)이라 불리기도 하며 겨우살이로 담근 술은 기동주(奇童酒)라 하여 관절, 신경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과 암에 좋다 하여 겨울철이면 약초 채취꾼들로부터 수난을 겪는 식물입니다.

서양에서도 겨우살이를 신성한 식물로 여긴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잎이 녹색을 띠고 있어 생명력의 상징으로 본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겨우살이 아래에서 마주친 남녀는 서로 키스해도 된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으며 이 때문인지 겨우살이를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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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가지 사이로 훤히 드러난 겨우살이 겨울 모습

겨우살이는 참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등 주로 낙엽수에 붙어 기생합니다. 둥지같이 둥글게 자라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잎은 마주나고 다육질이며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으로 마디 사이가 3∼6cm입니다. 꽃은 3월에 황색으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둥글고 겨울에 연노란색으로 익습니다. 먹이가 귀한 겨울에 열매가 익어 산새들이 좋아하는데 씨앗이 끈적끈적한 과육에 싸여 있습니다. 이 끈적한 점액질 덕분에 씨앗은 새들에 의해 다른 나무로 옮겨 퍼집니다.

낙엽 진 황량한 빈 가지에 싱싱한 푸른빛이 드러나며 겨울에 열매를 맺어 ‘겨울살이’라 부르던 것이 ‘겨우살이’로 되었다고 합니다. 왜 겨울에 열매를 맺는 것일까? 나뭇가지 꼭대기에 붙어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들여다볼수록 자연 속에 살아남기 위한 겨우살이의 영악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겨우살이는 잎에 엽록소가 있어 스스로 탄소동화작용을 하지만 반기생식물입니다. 숲속의 나무들처럼 크게 자랄 수가 없기에 햇빛을 받으려면 키 큰 나무의 윗가지에 붙어야 합니다. 그 결과 햇빛을 받을 수는 있지만 높은 곳에서 땅에까지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흙에서 물과 무기물질을 빨아올릴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신이 바로 붙어 있는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고 그 식물이 빨아올린 물과 영양물질을 가로채는 것입니다. 나뭇잎이 지고 난 겨울에는 빈 가지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을 충분히 받아 광합성을 하므로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겨우살이는 배고픈 겨울 산새에게 먹이를 주는 대신 새를 이용해 씨앗을 퍼뜨립니다. 열매가 겨울에 익는 이유는 먹이가 귀한 시기에 겨울 산새를 유혹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직박구리가 가장 많은 양의 겨우살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뜨립니다. 이에 맞춰 겨우살이도 그에 보답하듯 열매의 크기가 직박구리의 부리 크기에 알맞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겨우살이의 씨앗은 특이합니다. 다른 나무에 붙어야 살 수 있는 겨우살이 씨앗은 1m까지 늘어나는 끈적거리는 끈으로 싸여 있습니다. 이 열매를 산새가 쪼아 먹으면 부리에 씨앗이 붙어 다른 나무에 가서 먹이 활동을 할 때 옮겨붙게 됩니다. 또한 열매를 삼키면 열매를 싸고 있는 점액질 끈은 소화가 되지 않아 그대로 배설되고 거미줄처럼 매달려 나무에 붙거나 늘어나 다른 나뭇가지에 옮겨붙습니다. 씨앗은 가지에 달라붙으면 그곳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가 자라 가지 속을 뚫고 단단히 들러붙어 그 나무의 물과 양분을 가로챕니다.

다른 나무에 빌붙어 물과 양분을 가로채는 생존 방식이 얄밉기도 하지만 자연 속에 살아남기 위한 적응력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필요한 햇빛을 받기 위해 나무의 윗가지에 붙어 자라며 뿌리가 없으니 붙어사는 나뭇가지를 뚫고 들어가 물과 양분을 취합니다. 낙엽수에 붙어살기에 겨울에는 햇빛을 잘 받아 잎과 줄기가 싱싱하고 낙엽이 지면 빈 가지 사이에서 돋보입니다.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일렬로 매달린 꼬리겨우살이, 열매 색깔이 빨간 붉은겨우살이는 더욱더 새들의 눈에 잘 뜨입니다. 열매가 겨울에 익기에 배고픈 산새에게 귀한 먹이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먹이로 다 내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에 달린 특수한 점액질 끈은 먹힐지라도 소화되지 않고 배설되어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붙을 수 있습니다.  

겨우살이는 열매가 쉽게 먹힐 수 있는 시기를 고르고 나무에 붙을 수 있는 점액질 씨앗을 만들어 어디로 어떻게 가야 생존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압니다. 다른 나무에 얹혀살며, 생각 없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체로 보이지만 필요한 환경에 적응하며 움직이는 새들의 특성과 생리를 이용하는 변신과 맞춤형 서비스가 생존의 수단입니다. 환경에 맞는 변신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있어야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식물 세계나 동물 세계나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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