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무심……
이 화제(畵題)는 송나라 시인 대복고(戴復古, 1167~?)의 '조대(釣臺)'란 시(詩)의 일부이며 재미있는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iN에 소개된 내용을 정리헤서 붙입니다.]
 
이 시는 서한을 멸망시킨 왕망을 쫓아내고 동한을 일으킨 광무제의 자(字)가 유문숙(劉文叔)인데, 광무제와 동문 수학을 하던 엄자릉(嚴子陵)이 광무제의 권력에 대한 욕심을 한탄하면서 벼슬을 준다해도 영원히 은자가 되어 버린 내용을 후일에 송나라 시인 대복고(戴復古)가 엄자릉의 마음을 대신하여 시로 표현한 내용입니다.
 
 
釣臺(조대)
- 戴復古(대복고)
 
萬事無心一釣竿(만사무심일조간) 모든 일에 관심 없고 다만 낚싯대 하나 드리우니
三公不換此江山(삼공불환차강산) 삼공 벼슬 준다 한들 이 강산과 바꿀손가.
平生誤識劉文叔(평생오식류문숙) 평생에 유문숙 그대를 잘못 알아서
惹起虛名滿世間(야득허명만세간) 부질없는 이름만 세상 가득 날렸구나.
 
 
여기에 광무제와 엄자릉간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200년이 지나면서 기강이 해이해 지자 척신 왕망(王莽)이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황제가 되고 국호를 신(新)이라 했습니다. 그후 도처에서 왕실 회복운동이 일어났고 왕망을 몰아내고 한나라를 회복하여 스스로 황제가 되었으니 그가 바로 후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입니다.

광무제에게는 초야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 엄자릉(嚴子陵)이 있었습니다. 지기지우인 엄자릉은 높은 이상(理想)과 두터운 덕(德)이 있어 선비의 삶을 살았고 광무제는 권세의 자리를 탐하여 황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광무제가 어느날 그를 불렀습니다. 초라한 복색의 한 시골선비가 만조백관이 부복한 자리를 거침 없이 지나 어좌 앞에 섰습니다.
 
"문숙(文叔)이 오랜만이네."
문숙은 광무제 유수의 자(字)이니 광무제에게 보내는 엄자릉의 첫인사였습니다.
좌우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하려 하였으나 광무제가
"내 옛친구와 할 이야기가 많으니 경들은 물러가라." 했습니다.
둘만 남은 자리에서 광무제 또한 친구로 대하면서
"권력을 잡고보니 모두가 아부하는 사람뿐이네. 자네가 간의대부(諫議大夫)를 맡아 나를 바르게 인도해 주게."
했지만 엄자릉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일어서려 했습니다.
 
광무제가 다시 잡아 앉히면서 자네 뜻은 알았으니 예전처럼 회포를 풀면서 하룻밤을 함께하자고 했고 그리하여 둘은 취하도록 마신 후 한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태사(太師)가 헐레벌덕 달려와서 "천기를 보니 객성이 태백성을 범했는데 황제의 신변에 무슨 일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시종이 급히 침소를 살펴보니 엄자릉이 코를 드릉드릉 골면서 한 다리를 광무제의 배에 올려놓고 자더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화가 전하는 엄자릉은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은자가 되었으니 강태공도 제갈량도 끝내는 모두 벼슬길에 나갔지만 끝까지 초야에 은둔했던 청절지사(淸節之士)가 곧 이 엄자릉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그가 은거했던 엄릉산(嚴陵山)이라든가 엄자릉이 낚시했던 낚시터를 엄릉조대(嚴陵釣臺)라고 하는 등의 고사와 함께 후일에 송나라에 이르러 대복고 시인이 엄자릉의 그 기상을 대신 말하여 위 시를 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