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린 많은 눈이 대지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맥 못춰! 봄눈 녹듯한다는 말이 있는데 ……" 그렇습니다. 이번 눈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법 많이 내린지라... 종인님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 눈 녹으면 남으로부터의 꽃소식과 함께 봄 느낌이 완연해질 것입니다. 이 때쯤 산과 들에 나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들풀들을 담아봤습니다. 마침 눈이 내리기 사나흘 전에 찍은 것들입니다. '이기 뭐꼬?'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아하, 이 놈!'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첫느낌인들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올 봄부터는 새로운 느낌을 주고 받아 보시면 어떨른지요? 아파트 입구의 화단이나 돌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소 앞 가로수 아래서, 소담스레 가꿔진 화단의 모서리 쯤에서, 그렇게 만나는 살아 숨쉬는 자잘한 친구들에게 눈길을 줘 보시지요. 생명의 움직거림과 그의 숨소리를 가슴으로 들어주는 순간 그들과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아주 작은 관심이 큰 기쁨으로 돌아 올 수도 있습니다. 자, 함께 떠나보시자고요!
상사화 2월 하순이면 만날 수 있는 상사화입니다. 이른 봄 이파리가 나와 오뉴월에 썩어버립니다. 잎의 잔해가 사늘한 바람결을 맞는 늦여름 초가을 무렵 분홍빛 꽃을 피웁니다.
사람이 볼진대 잎과 꽃이 만날 수 없음에 상사화라 했지만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를 지켜보면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잎과 꽃을 함께 단 여느 식물도 갖지 못한 특징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수선화과 식물, 통통한 알뿌리를 박차고 나왔을 잎들은 땅을 쩌억하고 가르며 올라옵니다. 그 강한 힘에 놀라지만 정작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또 다른 것입니다. 끝이 뾰족하지 않고 동글동글하면서 연한 노란빛, 분홍빛이 도는 초록의 마력, 풍성해 보이고 부드러워 보이고, 크는 것이 보인다 할만큼의 놀라운 성장력 등입니다. 상사화의 봄은 그런 잎들의 계절입니다.
여름 무렵, 잎은 녹색을 잃고 땅에 처져 썩어갑니다. 잎들이 마르지 않고 땅에 붙어 썩는 모습은 그 자리에 다음의 어떤 세대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마른 잎이 바람에 날려버리면 그자리를 꽃자리라고 기억하기 힘들겠지만 썩어서 땅에 붙어 있으면서 그자리가 꽃자리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로 추석 무렵이면 상사화를 다시 떠올려도 됩니다. 약한 비라도 내린 다음날 아침, 아니면 이슬이라도 흠뻑 내린 다음날 아침 우후죽순처럼 꽃이 땅에서 올라옵니다. 보통의 식물들은 꽃대를 올린 후 거기에 꽃눈을 성장시켜 피우는데 상사화는 이미 다 된 꽃부터 들고 꽃대를 키우는 것입니다. 다다음날쯤 되면 꽃대는 60cm 쯤 자라고 자줏빛 몽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절집의 돌탑 곁에서, 어둑하고 습한 대나무 숲 언저리에서 약속없이 만나는 상사화는 늘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나의 시선과 발을 잠시 머무르게 합니다.
지칭개 / 냉이 뽀리뱅이 / 서양민들레
지칭개 지청구라고 아시나요? 씨래기를 먹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제천, 단양 사람들은 지칭개를 지청구라 하고 시래기를 씨래기라고 부릅니다. 지칭개든 지청구든 정겨운 이름입니다.
어린 지칭개는 나물이나 된장국 재료로 인기가 좋습니다. 대부분의 국화과들이 그러하듯 쓴맛이 강해서 데친 후 찬물에 우려내어 나물로 합니다. 또한 된장국을 끓이기도 하는데 그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빨래하듯이 바락바락 씻어서 찬물에 우립니다. 그런 다음 꼭 짠 후에 콩가루를 묻혀서 된장국을 끓입니다. 맛은 구수한 맛과 쓴 맛의 미묘한 혼합이요 조화입니다. 먹었던 국을 두었다가 다음 끼에 데워 먹으면 어찌 된 일인지 쓴 맛이 하나도 없고 맛있습니다.
이른 봄 이 맘때 냉이보다 먼저 봄의 맛을 알려주는게 바로 지칭개. 얼핏 보면 냉이같이 생겼는데 자세히 보면 흰색이 많이 돌고 생김새도 조금 다릅니다. 눈여겨 봐 두세요.
냉이 봄철 나물의 대명사는 냉이입니다. 옛부터 겨울철에 잃었던 입맛을 돋우고 부족해진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먹었던 대표적 봄나물이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나물은 맛도 좋지만 몸에도 아주 좋아서 한의학에서는 봄나물을 식재료뿐 아니라 약재로 봅니다.
냉이는 봄의 전령과도 같이 가장 먼저 식탁에 올라오는 봄나물이면서 한약재로는 '제채(薺菜)'라고 불립니다. 향긋한 향만으로도 식욕을 돋울 만큼 비위(脾胃)가 허약한 사람에게는 약이 됩니다. 성질이 너무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고 평이해서 어느 체질에나 좋으며, <본초강목>에서는 그 효능을 '명목(明目) 익위(益胃)'라 해서 위장과 눈을 좋게하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간(肝)에 작용해 피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간의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에 숙취 해소에도 좋아 현대인들에게는 더없는 안성맞춤의 봄나물입니다.
뽀리뱅이 두해살이풀. 지난 해 싹을 틔워 겨울을 이처럼 버티고 있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뽀리뱅이의 전초를 '황암채' 라고 하여 약용하는데 고열감기에 좋습니다. 보리뱅이라고도 하고 황가채라고도 하고 박조라기나물이라고도 부릅니다. 어린 풀은 나물로 먹는다 합니다. 전에 보리가 나오기 전까지 바구니에 담았다 해서 보리뱅이라 했다는데 ……
봄엔 지천이 나물밭입니다. 국화과들은 쓴맛 우림이 필수. 초무침하거나 나물로 하거나 된장국을 끓이면 봄입맛을 돋운다 합니다. 뽀리뱅이나물, 이런 고급스런 밥상이 또 있겠습니까! 그래 많이 먹었느냐고요? "아닙니다. 올해부터 먹어볼 작정입니다."
《하우스 안에서 기른 채소들은 질소비료 성분을 너무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질산염은 몸에 들어가면 아질산염이 되고 이것은 몸안에서 되레 안좋은 작용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때는 데쳐서 먹는 것 만으로도 반은 질소 성분을 빼는 효과가 있고 질소비료 성분이 덜한 야생식물이야말로 그래서 훨씬 양질의 채소다.》 주워 들은 이야기입니다.
서양민들레 하찮은 풀이고 잡초로까지 취급되는 민들레, 머슴으로 또는 사자의 이빨로 둔갑하지만 늘 질박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민들레, 땅가림 없으면서 때를 알아 자라고 꽃 피우는 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로, 날씨를 미리 알 수 있게 하고, 사랑점도 쳐주는 민들레, 뽑아도 결코 뽑히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바람과 친하고 하늘에 가장 가까운 꽃 민들레, 온갖 덕을 갖추고 팔망미인으로도 추앙받으면서, 때론 별이 되어 절망을 팽개치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삶- 그 자체의 꽃 민들레, 까닭없이 좋아해도 좋은 꽃, 종로에서 뺨 맞고 보이는대로 짓밟으며 화풀이를 해도 좋은 풀 민들레입니다.
민들레는 크게 민들레(Dandelion), 흰민들레(Korean dandelion), 서양민들레(Common dandelion)로 구별합니다. 흔히 이야기 하는 토종민들레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민들레와 흰민들레를 지칭합니다. [흰]민들레가 한국원산이므로 한국에서는 토종이 되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토종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민들레, 흰민들레, 서양민들레로 불러야 합니다.
애기똥풀 / 달맞이꽃 개망초 / 꿀풀
애기똥풀 양귀비과죠. 양귀비과 하면 줄기나 열매를 자르면 유액이 나온다고 생각해 두세요. 그렇다면 애기똥풀도 진액이 나오겠네요, 그렇습니다. 줄기를 자르면 노란 진액이 나오는데 그 색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애기똥풀입니다. 사진발 잘 받는 들꽃 중의 하나입니다.
봄에서 늦여름까지 노란 꽃을 피우며 길가의 어디에서고 볼 수 있는 흔한 풀, 그러나 유독성이며 혀끝에만 대어도 굉장히 강한 쓴 맛이 나서 쇠죽풀로도 쓰이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분칠한 것처럼 흰빛이 돕니다. 자세히 보면 잎을 비롯한 식물 전체에 부드럽고 곱슬곱슬한 털이 나 있는데 그것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며 성장함에 따라 털은 곧 없어집니다.
전에 선인들은 그 선명한 노란색에서 황달에 효능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실제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약명을 백굴채(白屈菜, chelidonium herba)라 하고 학명은 Chelidonium입니다. 학명의 Chelidonium은 희랍어 chelidon(제비)에서 유래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제비 새끼가 태어나면 눈에 이물질이 많아 바로 눈을 뜨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미가 애기똥풀의 줄기를 꺾어 거기서 나오는 유액으로 어린 새끼의 눈을 씻어주어야 눈을 뜬다고 하는데 정말로 제비가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애기똥풀의 유액은 살균작용을 합니다.
민간요법으로 벌레에 물려 가려운데나 부은데 바릅니다. 그리고 진통제로 쓰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문지식 없이 함부로 사용하면 크게 탈이 날 수도 있답니다.
개망초 꽃밭 / - 한승원
나 장차 죽어지면 거가 묻히겠습니다 유월 칠월 산에 들에 눈 덮인 듯 지천으로 핀 개망초 꽃밭 살과 피는 그 풀꽃의 잎과 줄기 되고 넋은 꽃으로 피어나게
개망초 개망초는 꽃이 아닙니다. 집안에 망조가 들 때 제일 먼저 마당에 피는 잡초가 망초요 개망초입니다. 그래서 개망초는 꽃이 아닙니다. 80년대 후반 쯤의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미사리조정경기장 위로 팔당대교에 이르는 구간의 한강둔치에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방치되면서 망조든 집안의 마당처럼 개망초기 들어찬 것입니다. 당시 관할 행정청인 하남시청은 그 개망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꽃동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나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나온 제안 하나가 개망초 '팻말'이었다 합니다. 여기저기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 개망초란 팻말을 꽂았습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이게 개망초야, 개망초가 이렇게 예뻐?" 그 팻말 하나로 개망초는 꽃이 되었고 그곳은 잡초밭에서 꽃밭이 된 것입니다. 개망초요? 진즉부터 꽃이었죠.
개쑥부쟁이 / 까실쑥부쟁이 개갓냉이 / 산괴불주머니
개쑥부쟁이 쑥부쟁이보다 못난 개쑥부쟁이입니다. 쑥부쟁이는 재미난 전설을 갖고 있습니다. 마을에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 딸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쑥 캐는 불쟁이네 딸'이라 해 '쑥부쟁이'로 불렀고, 그는 산에서 우연히 위험에 빠진 젊은 사냥꾼을 구해주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했던 사냥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기다리다 지쳐 버린 쑥부쟁이는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그 자리에는 여태 못 보던 보랏빛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이를 쑥부쟁이라 불렀다 합니다.
까실쑥부쟁이 쑥부쟁이란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참취(취나물)과 혼동되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혼동하셔도 좋습니다. 참취보다 훨씬 이르게 싹을 틔우는 까실쑥부쟁이의 잎은 그 향이 또한 참취를 능가합니다. 전에 나물산행을 즐기던 시절, 전옥취라고 해서 줄기의 연한 부위를 꺾으면 취의 향내가 훨씬 짙게 풍겼던 취나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게 까실쑥부쟁이가 아니었겠나 하는데 혹자는 전옥취가 따로 있다고 하네요.
한국원산으로 잎은 길쭉하고 뾰족하며 꽃잎이 뒤로 재껴지는 특성이 있어 취나물과 구별됩니다만 나물로 하실 때는 '향이 더 강하대며' 하시면 됩니다. 효능은 풍열로 인한 감기로 열이 나는 증상 및 편도선염, 기관지염 등에 진해, 거담 효과가 있습니다. 유방염, 종기에 유효하며, 뱀에 물린 데에 붙여서 해독시킵니다.
점나도나물 / 별꽃 광대나물 / 꽃다지
별꽃 꽃이란 이름만으로도 예쁜데 별이 붙었으니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영어 이름은 Chickweed 인데 chick 가 '병아리'란 뜻이고 보면 서양인들은 귀여운 모습에 더 무게를 두었나 봅니다. 별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움푹 패인 하트 모양 또는 브이(V)자 모양의 하얀 꽃잎이 5개로 위를 향하고 있는데 밤에는 더 희게 반짝이며 낮에는 해의 반대방향으로 살짝 얼굴을 돌립니다.
별꽃은 주로 밭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무더기무더기 양탄자를 깐 것처럼 자라납니다. 남도에서는 곰밤부리나물이라 하여 보릿잎과 함께 나물 또는 국을 끓여 먹는데 그 부드러움과 상긋한 봄풀의 향이 아주 좋습니다. 봄나물의 향을 대강 구별해 보면 냉이향, 달래향, 취나물향, 곰밤부리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엷은 된장맛과 잘 어울리는 별꽃입니다. 별꽃이란 이름 중에 '개'를 붙여 단 개별꽃이 있습니다. '개'는 보통 본종보다 못하거나 쳐진 종에 붙여 쓰는데 별꽃과 개별꽃의 관계는 그와는 반대입니다. 잎도 꽃도 개별꽃이 훨씬 크고 예쁩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홀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 들풀이 워낙 빼어난지라 염려스러운 게 있으므로 '개'자를 붙어 개별꽃으로 이름하여 살짝 숨기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별꽃과 개별꽃, 모두 훌륭한 약재입니다. 별꽃의 생약명은 번루, 개별꽃의 생약명은 태자삼입니다. 태자삼에 관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중국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은 평생 동안 약초를 연구하여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의학책을 펴냈습니다. 그런데 인삼에 버금가는 효능릉 지닌 태자삼을 알고도 일부러 뺍니다. <본초강목>은 중국에서 나는 약초, 약동물, 약광물 등의 효능과 성분 등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시진이 <본초강목> 원고를 들고 남경(南京)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가는 중 한 자그마한 주막에서 묵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처음 보는 풀뿌리는 약초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약초는 인삼과 효력이 비슷한데 인삼을 먹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시진이 풀뿌리를 어디서 캐왔는지 물었더니 주인은 명나라 주원장의 아들인 태자(太子)의 무덤 주위에서 캐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튿날 태자 무덤에 가보니 과연 그 풀이 무덤 주변에 양탄자처럼 널리 퍼져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시진은 이 약초를 <본초강목>에 넣으려 했지만, 이 약초의 효과가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태자 무덤 주변을 파헤칠 것을 염려하여 빼기로 합니다. 그 뒤로 이 풀은 본초강목에는 나오지 않지만 태자 무덤 주위에서 자라났다 하여 태자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 태자삼이 바로 개별꽃입니다. 별꽃이란 이름 뒤에 '개'자를 붙인 것입니다.
꽃다지 '민들레처럼' 등의 운동권 노래를 부른 민중가요그룹(노래패) '꽃다지'를 기억하시나요? 원래 앙증맞고 키 작은 들풀의 이름이 꽃다지입니다. 그들이 이 작은 들풀의 이름을 따서 그룹이름으로 지은 것인데 딱 들어맞는 기막힌 작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꽃다지는 겨울자락의 끝에서 '봄'이라는 말도 나오기 전에 이처럼 말쑥하게 올라옵니다. 봄에 이르러 제일 먼저 꽃을 파운다는 우리말이 또 꽃다지입니다. 오이나 가지 따위의 맨 처음 열린 열매를 꽃다지라고도 합니다. 이런저런 의미를 지닌 꽃다지의 꽃은 너무 작습니다. 그러나 그 꽃이 피어나면 그 노란 빛은 별보다 밝게 빛납니다. 그 작은 꽃의 씨앗은 한방에서 정력자(亭歷子)라 하여 설사, 부종, 완하, 폐 폐새((肺閉塞)), 천식 등에 씁니다.
꽃다지를 보면, 겨울이 온 것을 보고 '봄은 멀지 않았다'고 표현한 영국 시인 셜리의 싯귀가 떠오르는 것은 그 꽃다지가 그 꽃다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봄맞이 / 제비꽃 뱀딸기 / 돌나물
봄맞이 이름이 단아하지 않습니까? 봄맞이꽃과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봄맞이꽃이라는 뜻의 영춘화는 따로 있으며 이 들풀은 그냥 봄맞이로 부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 보는대로라면 볼품없는 갈색 이파리가 '봄이여 오라' 정도로 하늘 향해 벌리고 있는 모습인데 꽃을 피우려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있어야 합니다. 봄맞이의 봄맞이는 이른 봄이 아닌 '완연한' 봄이어서 바람꽃 진 자리에 바람이 자면 봄맞이는 그때서야 백옥을 흩뿌린듯 피어날 것입니다.
앵초과. 후선초, 후롱초, 동전초, 점지매, 보춘화 등으로도 불리는 봄맞이의 꽃은 아주 작지만 가까이 위에서 들여다 보면 앵초과 꽃이 갖는 단아함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돌나물 돈나물, 돗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석상채(石上采) 또는 불갑초(佛甲草)란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돌나물 말린 것을 경천초 또는 석지갑이라 해서 해열, 해독작용, 특히 뱀에 물린데 찧어 붙이면 독 제거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이름도 많고 쓰임새도 다양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보기만 해도 풋풋한 냄새와 아삭거림이 입안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생즙은 간경변에도 효과적이고 피로를 풀어주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일하다 손을 베였을 때 생즙을 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부기가 가라앉으며 감염으로 인한 종양이나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를 때에도 생잎을 찧어 바르면 화농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를 맑게 하고 살균과 소염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간염, 간경화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생즙을 마시기도 하며,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간암치료제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쇠비름보다 건조에 대한 생명력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석상채란 말뜻처럼 줄기를 돌 위에 얹어놨더니 죽지 않고 살아난 걸 봤습니다. 어느 식물학자는 표본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에 한달을 넣어 두었는데 죽기 않고 있어서 심어보니 싹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생명력과 번식력이 대단할 뿐아니라 먹기 좋고 다양한 효능을 지닌 돌나물, 도시에서도 충분히 잘 자라니 적극 권장하고픈 식물입니다. 더군다나 게으른 분, 망각을 잘하는 분들이 키우면 더 잘자랄 것입니다.